nasa 23-10-20 00:45 100
영화에 나오는 예쁜 여자들처럼 화면에서 춤추고 싶어.
완벽해지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아서 고통 받은 내 시간이 치유될 수 있게.

타래 작성일 :

감상 완료일 :

nasa

동개가 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보게 된 영화. 슬래셔 무비라 그래서 잔뜩 쫄아있었는데 화면 최소로 줄여서 같이 보게 됐다.

늘 그렇듯 한줄 후기 :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떻게든 하자. 안 그러면 미쳐버리니깐.

트위터에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만큼 정신적 피로도가 높은 영화라고 소개되는 글을 봤는데, 마츠코와 펄이 가족, 혹은 타인에게 인정욕구가 되게 강한 캐릭터라 비슷한 결이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번화가와 동떨어진 농장에서 어머니와 아픈 아버지를 모시면서 살아가는데 가족 구성원 중 한명이 아프면 가정이 어떻게 무너지게 되는지도 눈에 잘 보였음. 이래서 건강 잘 챙기면서 살아야 하는구나.

딸이 펼치고 싶은 꿈이 있는데 넌 안될거다. 하며 아주 강압적으로 억누르는데.. 왜 저렇게까지? 하면서 쳐다보긴 했지만 어머니가 가진 의상들이나 둘이 대화하는 것만 봐도 펄의 어머니 또한 딸이랑 같은 꿈을 꿨다가 추락했기 때문에 현실을 깨워주려고 더 강압적으로 행동한게 아닌가 싶기도 함. 추가로.. 남편이 아프게 되면서 감정적으로 여유가 없으니까 더 그렇게 몰아세운 것 같음.

꾸준히 억압하고 가스라이팅하는 어머니와 숨막히게 대화하는 장면을 보면서 K-장녀의 트라우마 버튼이 눌렸음. 이 집안은 마츠코 집안보다 더 함.. 초반엔 어무니 왜 그러세요.. 했었는데 나중가선 어머니.. 그러다 펄이 빡돌면 어떡해요 ㅠㅠ 하면서 걱정하게 됨. . .

그나마 펄의 남편이 도피처가 되어줄 수 있었는데, 이 남자는 안정적이고 완벽한 집안이 지긋지긋해서 펄과 결혼한거라 도피처 역할도 제대로 못해준데다.. 전쟁 때문에 집을 비운 상태라 펄이 정신적 지주 역할도 못해줬기 때문에 그대, 왜 존재하는가. 싶었음.

펄이라는 인물의 심리변화 과정도 상당히 흥미롭게 봤음. 안그래도 살짝 나사가 풀린 것 같았는데 살인 한번으로 완전히 풀려서 브레이크가 고장난 사람마냥 질주함 노빠꾸 직진녀. 이왕이면 그렇게 해서라도 본인이 원하는 모습이 될 수 있길 바랬는데.. 그렇게 되면 공포영화가 아니지... (울적)

이제 스토리는 뒤로하고.. 자잘한 소품이나 의상, 영화 필름 등등 시대고증 신경쓴 게 느껴져서 좋았던 것 같음. 도입부나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폰트들도 레트로체를 써서 냈는데 굉장히 감각적이고 영화 배경 색감이라던가 시골 마을 특유의 그 따뜻하고 텁텁한 난색, 흑백 필름 가운데에서 고채도의 빨간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며 연기하는 장면이 정말 인상깊게 다가옴.

영화에 나오는 인물도 그렇게 많지 않고 어떻게 보면 펄이라는 인물 한명으로 돌아가는 스토리인데 하나도 비어보인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빨간색이 정말 강렬한 색채다보니까 계속 인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 같았다...

빨간 선혈을 묻히고 기회를 얻은 펄, 오디션을 볼 때의 고양감, 화사함. 오디션에 떨어졌을 때 보이는 절망의 색채가 서서히 분노로 바뀌게 되는 부분이 색깔 선정 정말 기가 막히게 했군.. 하는 생각을 심어줄 수밖에 없었음. 빨간색에서 쓸 수 있는 의미는 전부 쏟아 부은 것 같아.

마지막으로 엔딩 크레딧의 그 장면을 영영 잊지 못할 것 같음. 표정 연기를 어쩜 그토록 잘할 수 있는지.. ㅠㅠ 어디가서 추천은 못하겠지만.. 이런 정신 아픈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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