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23-10-26 16:35 394
너만의 탑을 쌓아라. 풍요롭고 평화로운 너만의 세계를 만들어라.

타래 작성일 :

감상 완료일 :

nasa

늘 그렇듯 한줄 후기 : 미야자키 하야오의 다정하고 따뜻한 회고록, 자서전. 은유로 가득차서 개인마다 해석하기 나름인 뜻깊은 영화.

개봉하는 날 바로 반차쓰고 달려갔다.. 두번다시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영화를 다시 보게 됐다는거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벅차올라서 영화관에 그대들은 어떻게 살것인가 스크린 광고 뜨는 거 마주하고 눈물날뻔했음.. 어찌보면 내가 지금 디자이너로 벌어먹고 사는 것도, 그림을 좋아하는 것도 전부 지브리 덕분이니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들은 나한텐 의미가 깊은 것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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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계속 미루다보면 다른 사람들 후기도 못 보고 해석글도 못볼거같아서 후다닥 씀ㅠㅠ 암튼 개인적인 후기를 조금씩 적어보자면 1회차 때는 영화 전체적, 내부적 스토리, 세부적인 요소들에 담긴 상징적 의미는 뭘까에 집중하면서 봤다면 2회차 때는 미야자키 하야오에 이입해서 영화를 봤음.

1회차 땐 영화 전체적인 스토리는 크게 세갈래로 나눠서 볼 수 있었는데 첫번째로 마히토의 성장. 두번째로는 어른들의 회고와 반성. 세번째로는 여전히 정신못차리는 어른들(혹은 사회)의 현실이었다. 그리고 영화가 마지막에 주려던 메시지가 그 세갈래 스토리를 완벽하게 마무리 지었다고 볼 수 있었음. 큰할아버지가 마히토에게 "너만의 탑을 쌓아라. 풍요롭고 평화로운 너만의 세계를 만들어라." 라고 했던 것처럼 과거 어른들이 저지른 치부를 반성하고 사죄함으로써 미래의 주인인 아이들, 청년들에게 우리가 쌓아왔던 탑을 허물고 너희는 악의없는 다정한 사회를 만들어나가라고 말하는 것이라 볼 수 있었다. 시발 어떻게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가 존재? 일본인들 너무 부럽다. 어떻게..시발..어떻게..

상징적인 의미는 불과 돌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았는데 우선 불 먼저 얘기하자면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하듯 육신이 담고 있는 것들을 불로 정화하고 영혼을 불멸시킨다고 하지. 마히토를 만나고 마지막 본인들이 있던 세계로 돌아가는 부분에서 마히토가 히미에게 "병원에 불이 나서 죽을 거야, 히미는 살아야 돼." 라고 말하지만 히미는 "불은 무섭지 않아!! 널 낳는다는 건 멋진 일이야, 난 괜찮아." 라고 한다... (대사 부정확)

이 문장에서 눈물을 계속 흘렸는데 그 이유가 아들에게 엄마를 잃었다는 슬픔을 주지 않게 하고 너라는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 하나가 내가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갈 이유가 충분하다. 죽음 이후에도 삶에 대한 미련없이 떠날 수 있고 그만큼 마히토를 사랑하는 마음이 여실히 드러나서..  불이라는 키워드를 마히토의 어머니에게 주었던 게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음. 뿐만 아니라 불이나 번개 같이 자연적인 것은 신이 가질 수 있는 권능으로 탑이라는 세계 속에서의 신인 큰할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히미가 쓰는 것 또한 당연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근데 다른 의미도 있을 거라고 생각함. 장면중에 히미가 불을 쓰면서 펠리컨을 쫓아내는데 와라와라도 함께 불타는 장면은 여전히 생각이 많아지게 만듬.. 그때 마히토가 그만둬, 와라와라를 태우지마? (대사기억안남) 라고 했지만 키리코는 펠리컨이 한동안 안 올 거라며 기뻐한다. 와라와라를 돌보는 사람이 불타버린 와라와라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아했는데 마히토는 현재 와라와라가 상처입는 것을 걱정하고 있고 키리코는 한동안 와라와라가 펠리컨에게 잡아먹히지 않겠구나. 라는 미래에 대해 안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각이 많아졌음.

그리고 돌.. 돌은 사블이랑 얘기하면서 역사일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맞는 것 같다. 돌 무덤, 그리고 돌 탑을 쌓아나가는 것이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것과 동일한데다 예전부터 돌에 역사를 기록하는 것도 많이 있었으니까. 역사가 담긴 돌을 하나씩 쌓아감으로써 세계가 만들어진다. 라고 생각하면 완벽한듯..

역사 혹은 과거.. 혹은 기억.. 혹은 인생. 같은 것들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함. 돌의 모양이 다른 것도 틀에 박힌 것들이 아니라 제각기 다른 경험과 사건들로 만들어진 거여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뭔가 더 끄집어내면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건 다른 사람들의 해석도 보고싶음.

왜가리나 앵무새 펠리컨.. 새는 정말 현대인들을 비유한 것이 틀림없어서 유쾌했음 ㅋㅋ 앵무새 왕이 돌을 위태롭게 쌓아 올렸다가 한번에 절단하면서 그쪽 세계가 멸망하는 것도 너희들 이따구로 살 것인가? 망하는 거 안보이나? 하는 하나의 일.침 같아서 웃기면서도 슬펐다.

nasa

자 이제 2회차 후기를 적어보자.
생각나는 장면 위주로 뒤죽박죽 쓰는지라 두서없음 주의

그어살 보면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작들이 진짜 많이 생각났음. 근데 이건 종종 타임라인에 흘러오는 사람들 트윗보니까 나랑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불을 쓰는 히미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생각났고, 전쟁이나.. 주인공의 환경,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나우시카와 바람이 분다가 생각났고.. 마히토랑 와라와라 보면서 원령공주 생각나고 만들어진 세계관이나 익살스러운 동물들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굉장히 많이 생각남. 자서전이라고 했던 것도 이 영화 하나에 본인 작품들의 분위기가 녹아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게다가 마히토의 어린시절이 실제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릴적 모습이랑 비슷하다고 알고 있어서 더더욱.

마히토가 자신의 돌로 머리를 피가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의 상처를 낸 장면을 보면서 엄청 많은 감정을 느꼈는데... 그냥 불안함에 시달리는 아이처럼 보여서 심장 갈기갈기 찢어졌음. 단순히 괴롭힘 받고 다른종 보는 듯한 시선을 받은 이유로 학교가 가기 싫어서 그런게 아니라 어머니의 죽음, 새엄마와의 만남과 뱃속에 있는 동생, 전쟁 관련한 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그에 잇따른 부의 과시)에 대한 복잡한 심경(별로 좋아하는 것 같진 않았음), 본인과 다른(부모님의 일을 돕고 그런거) 또래아이들의 환경이나..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닌데 받는 괴롭힘들로 상당히 지쳐있고 스트레스들이 한번에 모여서 해소할 곳 없이 방황하다가 스스로를 상처냈다고 생각함. 이 모든걸 받아들이기 싫은 아이처럼 보였고 굳이 흙바닥에 있는 돌로 상처낸게 그것이 앞서 말했던 돌 = 개인의 과거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봐.

왜가리라는 존재, 왜 그를 쫓고,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어리둥절하다~ 라는 질문을 친구에게 들었는데 그건 영화에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지브리 특유의 느낌이 들어간 동화처럼 만들기 위해 사용된 요소라고 생각해~ 라고 뭉뚱그려서 말했지만 그것 말고 다른 의미가 있을까?

어머니를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것이 과거의 순간에 자꾸 머물고 싶어하는 아이같았지만 나츠코 씨를 어머니라고 부름으로써 또 다시 어머니를 잃고 싶지 않은 과거의 아픔,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순간과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아이의 성장< 으로 느껴져서 또 슬펐음.. 난 이런 가족.. 관련한 키워드에 약하다.

큰할아버지가 사라질 때 책을 펼쳐놓고 갔고 어머니가 마히토에게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책을 남겨두고 갔으며 나츠코를 찾으러 갈 때 마히토 또한 책을 펼쳐두고 나갔는데 이 책의 의미가 큰할아버지가 히미에게, 히미가 마히토에게 나는 이런 삶을 살아왔는데 너는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해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음.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낸 미야자키 하야오가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메세지겠지.

나는 어릴적 이렇게 살아왔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실수와 잘못을 저질렀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내가 살아온 삶을 한치 꾸밈없이 솔직하게 너희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이제 너희들의 차례다. 너희들은 어떻게 살아갈 거야. 하며 우리들의 과거를 되짚어보고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갈지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명작중의 명작..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 좋겠다.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조금만 찾아보고 생각해보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기에 이 영화로 본인이 나아갈 미래와 자신만의 탑을 어떻게 쌓을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생패 돌리고 일찍 자겠습니다.

nasa

이분의 후기가 너무 좋아서 남겨둘래..
정말 멋진 후기예요. 감사합니다.

https://x.com/Mikser042/status/1718479251052408937?s=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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